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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살라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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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팔 안나푸르나 라운드와 ABC 트레킹을 마치고 11월말에 다람살라에 도착했다. 트레킹을 가기 전에 달라이 라마의 법문을 들으러 다람살라에서 잠시 들렸을 때 방을 구하려고 도서관(Library of Tibetan Works and Archives)에 들렸는데 방이 없다고 해서 도서관에서 조금 떨어진 위펠(Ȕ Pel) 게스트 하우스에 방을 예약 해두고 트레킹을 떠났다.

  다람살라에 돌아와서 혹시나 해서 방이 있나 다시 알아보러 도서관에 들렸다. 다행히 빈방이 하나 있다고 한다. 사실 도서관에서 제공해 주는 방은 그리 마음에 썩 들지 않는다. 전에 도서관에서 몇 년을 살아봐서 알지만 공동화장실과 공동욕실을 사용하기가 매우 불편하다. 그리고 대부분의 건물들이 오래되어서 벽에 물이 새고, 금이 가고, 방음이 하나도 되지 않는다. 장점이 있다면 커다란 부엌이 있고 물과 전기를 마음대로 사용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도 연구생들을 위한 건물의 방들은 꽤 괜찮다. 외국의 티벳불교 연구기관이나 언론기관에서 학자나 손님들이 왔을 때 내어주는 방들이다. 이 건물의 방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소속기관의 추천서가 필요하다. 난 전에 델리대학교의 추천서를 받아서 이 건물의 방에 머물렀었다. 아무튼, 3층 건물의 이 방은 좀처럼 구하기가 힘들다. 대부분이 티벳불교 공부를 위해 장기 채류를 하기 때문이다. 10년 전에 2년을 기다렸다가 이 건물의 86번 방에 들어가고 거기서 나도 4년을 살았으니 말이다.

  도서관에 방을 알아보러 다시 갔을 때 도서관 여직원이 안내해준 방은 이 건물의 뒤편에 있는 건물의 3층 가운데 방이었다. 전에 여러 한국 사람들이 살고 나간 방이어서 종종 들어가 본 방이었다. 방은 마음에 들지만 공동화장실과 욕실의 사용이 마음에 걸렸고, 화장실과 욕실을 살펴보니 너무 지저분하였다.

  연구생들을 위한 건물의 방은 들어가기 어렵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혹시나 해서 창밖으로 보이는 그 건물을 가리키며 저 건물에는 빈방이 없냐고 물으니 여직원은 그 건물의 방들은 학자들을 위한 방들이고 추천서가 있어야 들어간다고 하는 내가 알고 있는 설명들을 하였다. 그리고 얼마 전에 도서관 게시라(도서관 수업을 담당하고 계신 스님들)들이 머무시는 건물의 화재로 인해서 게시라들이 그 건물과 다른 건물에 묶고 계서서 도서관에 방을 구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나는 여직원에게 전에 난 그 건물의 86번 방에 묶었었고 델리대학에서 티벳불교의 박사과정을 마쳤다는 얘기를 했다. 그리고 델리대학으로부터 추천서를 받아오면 그 건물의 방을 얻을 수 있냐고 물으니 12월 중순에서 말 사이에 87번 방과 88번 방이 빈다고 한다. 그 건물의 방값은 한 달에 4500루피이고(다른 건물의 방은 4300루피) 방에 화장실이 딸려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얼마 전에 큰 부엌을 개조해서 옆에 화장실을 만들었다고 한다. 전에는 한 달에 2500루피였는데 근 두 배가 오른 샘이다.

  그 말을 들은 난 정말 기뻤다. 도서관 주변에 부엌과 화장실이 딸린 방을 4500루피에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트레킹을 가기 전에 예약을 해놓은 위펠(Ȕ Pel) 게스트 하우스의 방도 부엌이 없이 화장실만 있는 방인데 게스트 하우스라서 하루에 250루피, 한 달에 7500루피 달라는 것을 깍아서 오래 머무르면 한달에 4500루피에 내주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나는 일단 도서관 여직원이 보여준 방에 머물면서 연구생들을 위한 건물에 방이 비기를 기다리기로 결정을 했다. 전에는 2년 기다렸는데 한 달만 기다리면 된다니 얼마나 반가운 소식인가. 그래서 일단은 도서관 수업을 등록하고(도서관 수업을 등록해야만 도서관에 방을 구할 수 있음), 방은 다음 주 월요일에 와서 등록하겠다고 얘기를 한 다음 도서관 사무실에서 나왔다.

  도서관에 방을 보러갔던 날은 11월 27일 금요일 이었다. 11월 30일 월요일 오후에 도서관 사무실을 다시 찾았다. 도서관 앞에서 전에 알고 있던 뗀진(Tenzin)을 만났다. 도서관의 컴퓨터 섹션에서 근무하는 친구 이다. 뗀진이 사무실까지 같이 와서 안내를 해주는데 사무실 안쪽 방에서 나오는 사람이 있어서 보니 델리 대학교 박사과정의 선배인 촉(Chok)이 였다. 반갑게 인사를 하니 현재 자신은 도서관서 티벳어를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촉과의 인사를 마치고 여직원에게 방을 등록하러 왔다는 얘기를 하니 금요일에 보여준 방은 벌써 다른 사람이 들어갔고 연구생들을 위한 건물의 87번 방이 어제 비었으니 우선은 그 방에 들어가고 델리대학에서 추천서는 차후에 받아오라고 한다.

  사실상 도서관에서 연구생들을 위한 건물에 방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가 한 달만 기다리면 방을 구할 수 있다는 기쁨에 가득 차 있었는데 오늘 당장 그 건물에 방을 구하게 되었다.

  차후 생각해 보건데 친구 뗀진의 안내와 사무실에서 선배 촉을 만나지 못했다면 도서관 여직원은 아마 전에 보여준 방은 이미 다른 사람이 들어갔고 델리대학에서 추천서를 가져오면 연구생들을 위한 방을 후에 내주겠다고 말을 했을지 모른다. 87번 방의 열쇠를 받아서 방을 청소하러 갔을 때 먼지 쌓인 방의 분위로 보아 바로 어제 빈 것이 아니라 꽤 오래전에 비워진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암튼 불보살님의 가피로 도서관에 상당히 맘에 드는 방을 구하게 되었다. 더군다나 아래, 위, 옆 방에 모두 도서관에서 티벳불교를 가르치시는 큰 스님들이 머물고 계시니 얼마나 큰 행복인가.....



도서관 방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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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생과 학자들을 위한 도서관의 방들이다. 3층 건물로 2층 가운데 방(87번)이 나의 방이다. 2층 끝의 86번 방이 6년 전에 몇 년간 머물렀던 방이다. 지금은 게시 소남 린첸(Geshe Sonam Rinchen) 스님이 머물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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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입구에서의 사진이다. 현관문을 열면 방문을 향한 조그만 복도가 있고, 복도 왼쪽에 부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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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던 부엌에 앵글과 찬장을 설치하고 벽에 취사도구들을 걸을 수 있도록 옷걸이를 실리콘으로 붙였다. 냉장고는 역시 인도 제품이어서 인지 작동하는 소리가 꽤 크다. 삼성이나 엘지 제품으로 사고 싶었는데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조그만 크기의 것이 없어서 인도 제품으로 구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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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스토브를 사용하고 있다. 가스통과 가스렌지를 구입할 생각 이었지만 요즘은 암시장에서 가스통을 구하기가 무척 힘들다고 한다. 외국인이 가스 사무실을 통해서 가스통을 구하기는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다람살라도 전기 사정이 좋아져서 요즘은 하루에 한두 번, 10-20분 정도 뿐이 정전이 안 되니 전기 스토브 사용에 별 지장이 없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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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전(2003년) 사촌동생 석환과 그의 친구, 그리고 학생법회 선생님인 유미가 다람살라에 여행 왔을 때 도서관의 86번 방의 부엌에서 찍은 사진이다. 지금은 이 넓었던 부엌의 반쪽에 화장실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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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 쪽에서 바라본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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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쪽에서 바라본 방. 발코니로 나가는 문이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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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문은 방에 들어오는 문. 오른쪽은 화장실 문. 이불로는 침낭을 사용하고 있음. 한동안 장을 보러 매일 다운(down) 다람살라에 한 200여 미터의 산을 내려가고, 물건들을 사서 짊어지고 양손에 들고 내려간 길을 다시 올라오고, 저녁에 침낭 속에 들어가 잘 때 드는 느낌은 안나푸르나 트레킹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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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상겸 밥상과 공부 책상.
방에 침대가 두게 있어서 그 중 하나를 공부 책상으로 사용 하고 있다. 침대의 베니아판 위에 장판을 사다가 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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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잔들....
한국서 즐겨 마시던 고정차를 분명히 소포로 보냈는데 중간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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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상을 위한 불단. 요즘은 금강살타 진언을 암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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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옷걸이 하고는 꽤 인연이 깊은가 보다. 97년도부터 내가 사용하던 것을 인도를 떠날 때 보경학생에게 주고 갔는데 그 것을 보경학생이 사용하지 않고 아직까지 보관을 하고 있어서 델리에서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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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물이 나오는 기저에 샤워기, 벽과 바닥엔 타일이 붙여진 정말 고급 호텔의 화장실이 부럽지 않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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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으로 가려져 있던 환풍구에 마분지와 셀룰라 테잎을 사다가 환풍틀을 만들어 설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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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장실에 거울과 세면대가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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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씩 발코니에 나가 바람을 쐬고 차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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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 방을 사용 하는 학생들이 지켜야할 규칙이 벽장의 문에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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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충 사원 쪽에서 바라본 연구생들을 위한 건물. 2002년도의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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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9월에 86번 방에서찍은 창밖으로 보이는 다람살라의 뒷산 문픽(Moon Peak) 봉우리 이다. 방에서 보이는 경치를 생각하면 86번 방으로 다시 들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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