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수경』과 『반야심경』을 중심으로
관세음보살과 관자재보살은 동일한 존재를 가리키는 명호이나, 경전의 성격과 번역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본 논문은 『천수경』과 『반야심경』에서 이 명호가 어떻게 다르게 사용되었는지를 중심으로, 역경사의 흐름과 문화적 배경, 특히 피휘(避諱)라는 역사적 요소를 고찰한다. 이를 통해 경전 번역이 단지 언어적 작업에 그치지 않고, 종교적·철학적·문화적 의미가 복합적으로 얽힌 행위임을 밝힌다.
주제어: 관세음보살, 관자재보살, 아왈로키테슈와라, 역경, 피휘, 구마라습, 현장
Ⅰ. 서론
불교 경전에서 등장하는 주요 보살 중 하나인 관세음보살은 대중에게 가장 친숙한 존재 중 하나다. 그러나 『천수경』, 『반야심경』 등에서는 동일 인물이 ‘관자재보살’이라는 다른 명호로 등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명칭의 차이는 단순한 표기상의 문제가 아니라, 역경자의 철학, 역사적 상황, 번역 관점의 차이 등 복합적인 맥락에서 형성된 것이다. 본 논문은 관세음보살과 관자재보살의 명호가 어떻게 결정되었으며, 각각의 사용이 불교 경전 해석과 수행에 어떠한 함의를 가지는지를 고찰한다.
Ⅱ. 본론
1. 산스크리트어 원어와 기본 의미
관세음보살과 관자재보살은 모두 산스크리트어 Avalokiteśvara의 번역어이다. 이 단어는 Avalokita('관하다, 내려다보다')와 Īśvara('자재한 자, 신')의 합성어로, 일반적으로 “세상의 소리를 굽어보는 자”, 또는 “자유자재하게 관조하는 존재”라는 뜻으로 해석된다.¹⁾
2. 구마라습과 현장의 번역 차이
중국 불교사에서 대표적인 역경가 두 사람, 구마라습(鳩摩羅什, 4세기)과 현장(玄奘, 7세기)은 이 단어를 서로 다르게 번역하였다.
- 구마라습은 전체 의미를 부드럽게 풀어내는 의역(意譯)을 선호하였으며, Avalokiteśvara를 ‘중생의 고통을 관찰한다’는 뜻으로 '관세음(觀世音)'이라 번역하였다.²⁾
- 반면, 현장은 개별 단어의 정확한 대응을 중시하는 직역(直譯) 방식을 택하여, '관자재(觀自在)'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이 번역은 Avalokiteśvara의 자재력(自在)을 보다 강조하는 방향이다.³⁾
3. 반야심경과 천수경의 용례
『반야심경』에서 설법자는 관자재보살로 나타나며, 이는 현장 스님의 번역에 기반한다.
『반야심경』의 산스크리트 원제는 Mahā Prajñā Pāramitā Hr̥daya Sūtra로, 이는 ‘위대한 지혜를 완성하는 핵심 경전’이라는 의미이다.⁴⁾
『천수경』 역시 정식 명칭이 '천수천안 관자재보살 광대원만 무애대비심 대다라니'로, 관자재보살을 칭한다. 이 두 경전 모두 지혜와 자재력의 측면을 강조하기에, ‘관자재보살’이라는 명호가 적절히 사용된 사례로 해석된다.⁵⁾
4. 피휘(避諱)와 명호의 선택
현장 스님이 ‘관세음보살’ 대신 ‘관자재보살’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배경에는 피휘(避諱)라는 사회문화적 요소가 작용하였다.
당나라 태종 이세민(李世民)의 이름 중 ‘세(世)’ 자가 Avalokiteśvara의 중국 번역어 ‘관세음’과 중복되었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해 ‘세’ 자를 제거한 ‘관자재’로 대체한 것이다.⁶⁾ 당시 유교문화의 영향 아래에서는 군왕의 이름자를 피하는 것이 예의였으며, 불교 경전의 번역에서도 이러한 규범이 준수되었다.⁷⁾
이와 같은 배경에서 ‘관세음보살’은 이후 ‘관음보살’이라는 간략한 표기로도 불리게 되었고, 이는 오늘날까지도 관세음보살 기도나 정근 수행에서 흔히 사용되는 표현이다.
5. 방편 vs 지혜: 명호에 담긴 수행적 함의
명호의 사용은 경전의 철학적 성격과도 깊이 연결된다.
예를 들어, 『법화경』의 관세음보살 보문품에서는 관세음보살이 33응신을 통해 다양한 중생의 근기에 맞추어 구제하는 모습이 그려지는데, 이는 방편의 측면을 강조한 것이다.⁸⁾
반면, 『반야심경』에서의 관자재보살은 공(空)의 통찰과 지혜의 실천이라는 측면을 강조한다.
따라서 동일 인물을 지칭하더라도, 그 수행의 기능과 강조점에 따라 다른 명호가 사용되는 것은 경전 내용과 수행 방향성을 구체화하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Ⅲ. 결론
관세음보살과 관자재보살은 같은 보살을 지칭하는 명호이나, 각기 다른 번역자적 시각, 철학적 강조, 문화적 맥락 속에서 사용되어 왔다. 특히 구마라습과 현장 스님의 역경 방식은 의역과 직역이라는 방식 차이를 넘어, 불교철학의 해석과 수행 실천 방향에도 영향을 주었다.
또한 피휘라는 역사적·문화적 제약은 번역 용어의 선택에 직접적 영향을 미쳤으며, 이를 통해 불교 경전 번역이 단순히 언어 변환이 아닌, 종교·문화·정치의 복합적 작용 아래 이루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관세음보살과 관자재보살의 차이는 불교적 신앙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며, 오히려 각 경전의 목적과 수행의 강조점에 맞는 명호의 정합적 사용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각주】
- Conze, Edward, Buddhist Wisdom Books: The Diamond and the Heart Sutra, London: Allen & Unwin, 1958, p. 100.
- 김성철, 『불교와 번역』, 운주사, 2012, 48쪽.
- 장휘옥, 「현장의 번역관과 반야심경 번역 특징」, 『불교학보』 제42집, 2004, 89-90쪽.
- Edward Conze, The Prajñāpāramitā Literature, Tokyo: Suzuki Foundation, 1978, p. 38.
- 정병조, 『천수경 강의』, 민족사, 2006, 21-23쪽.
- 강재훈, 「중국 불교 번역사에서의 피휘 현상에 관한 고찰」, 『동양학연구』 제45호, 2018, 233쪽.
- 박병기, 『중국의 피휘문화와 언어정책』, 동아시아출판사, 2011, 112-113쪽.
- 구마라습 역, 『묘법연화경(法華經)』 보문품 제25, 불광출판사, 2005, 312쪽.
【참고문헌】
- 김성철. 『불교와 번역』. 서울: 운주사, 2012.
- 정병조. 『천수경 강의』. 서울: 민족사, 2006.
- 강재훈. 「중국 불교 번역사에서의 피휘 현상에 관한 고찰」. 『동양학연구』 제45호, 2018.
- 장휘옥. 「현장의 번역관과 반야심경 번역 특징」. 『불교학보』 제42집, 2004.
- Conze, Edward. The Prajñāpāramitā Literature. Tokyo: Suzuki Foundation, 1978.
- 박병기. 『중국의 피휘문화와 언어정책』. 서울: 동아시아출판사, 2011.
- 구마라습 역. 『묘법연화경』. 서울: 불광출판사, 2005.
* 유튜브 강의 듣기
- https://youtu.be/KlXGAP55Pa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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