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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교의 정의와 유사용어 - 2) 진언승(Mantra-yana) (by 법경)

티벳 불교와 문화..../by Scrap

by O_Sel 2011. 12. 14.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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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진언승(Mantra-yana)

밀교를 나타내는 또다른 용어로 진언승이 있다. 진언승은 '진언의 교'라는 뜻으로 비밀어를 의미한다. 진언승은 범어로 'Mantrayana'라고 하는데, 비밀승과 마찬가지로 '진언'의 산스크리트어 'Mantra'와 '승'이라는 말의 'yana'를 합성하여 'Mantrayana'라 명명된 것이다. 범어 'Mantra'는 주·신주·밀주·밀언 등으로 한역되며 진실하여 거짓이 없는 말이라 하여 진어(眞語)라고도 한다.

진언승은 말 그대로 '진언으로 수행하는 사람 내지 사상, 수행방법을 총칭한 의미로서, 진언을 통해서 수행한다'하여 이름 붙여진 것으로 이해된다.

또한 진언교법을 승하고 불지에 이르기 때문에 진언승이라 하며, 여래의 신변가지력에 의하여 설해지고 그 신속함을 비유하여 이를 신통승이라 하기도 한다. 그래서 진언승(眞言乘)을 속질성불(速疾成佛)이라 하였다.
『秘藏寶 』中卷에 보면, 진언승을 논하기를, '밀교는 자성법신인 대비로자나여래가 그 권속을 함께 스스로 법락을 받기 때문에 설법한 것을 진언승이라 한다'고 하였다.

진언승이란 말이 경전에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중기밀교인 7C 중엽에 성립된 『대일경』에서 부터 이다. 『대일경』제7권「공양의식품」제3,「진언사업품」제5에 보면,

此眞言乘諸學者 是故當生諦信心 一切導師所宣說 不應誹謗生疑悔.

若眞言乘深慧人 此生志求無上果 隨所信解修觀照…依此方便而證修
常得出世間成就.

라 하였다. 여기서 진언승은 일체의 도사, 즉 비로자나 여래와 그 권속들이 설하신 바를 믿고 불지(佛地)에 이르고자 하며, 진언의 교법으로 수행하고 있으므로 이를 진언승이라 하고 있다.
진언승의 깊은 지혜를 가지고 있는 자가 무상과를 얻게 되고 항상 출세간의 성취를 얻게 된다고 설하고 있으며, 경전 전체에서는 일체의 의궤작법을 진언으로 설하고 있다.

진언승 이외에도 유사한 용어들로 '진언승행'이나 '대승진언승도' 등이 나타나고 있다.『대일경』「구연품」에 보면,

秘密主無大乘宿習 未曾思惟眞言乘行 彼不能小分 見聞歡喜信受 又金剛薩 
若彼有情 昔於大乘眞言乘道

라 하여 진언승행이나 대승진언승도가 모두 수행을 의미하는 도와 행을 강조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이들 용어가 문장 속에서 대승과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 인도 대승불교 속에 바라밀다도와 진언도가 있었다는 사실 등에서 Mantrayana라는 용어 이전에 이미 Mantranaya라는 용어가 널리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Mantrayana와 Mantranaya에 대해서는 뒤에서 상술키로 한다.
이들 외에 '진언도' '진언행도' '진언교법' 등의 용어가『대일경』에 나타나고 있는데, 이들 내용에서 '진언승'이라는 용어 보다 오히려 '진언도'가 적합한 용어라고 생각된다.『대일경』「입진언문주심품」과「입만다라구연진언품」을 보면,

「而毘盧遮那 一切身業一切語業一切意業 一切處一切時 於有情界宣說
眞言道句法 又現執金剛普賢蓮華手菩薩等像貌 普於十方 宣說眞言道淸淨句法」

「最勝眞言道 出生大乘果」

「秘密主 成正等覺一切知者 一切見者 出興于世 而自此法…而以加持說眞言道
秘密主云何如來眞言道 謂加持此書寫文字」

「若信此眞言道者 諸功德法皆當滿足」

「當離疑悔心 開示於世間 勝行眞言道 常作如是願 宣唱佛恩德 一切持金剛
皆當護念汝」

이라 하였는데, '而毘盧遮那 一切身業一切語業一切意業 一切處一切時 於有情界宣說眞言道句法'이란 내용에서 비로자나부처님께서 설하시는 삼업의 가르침을 '진언도'라 표현하고 있고, 비로자나의 삼업은 바로 밀교 수행의 기본 체계인 삼밀수행을 뜻하고 있다. 이 불(佛)의 삼밀(三密)은 중생삼밀(衆生三密)과의 상응가지(相應加持)하여 가지성불(加持成佛) 즉신성불(卽身成佛)을 성취하는 기본이 되기도 한다. 그 뿐만아니라 집금강(執金剛) 등의 일체보살들까지도 진언도(眞言道)의 청정한 구(句)를 설하고 있어 진언도가 최상승의 가르침임을 보여 주고 있다.
'眞言道'는 대승의 결과로서 바로 밀교가 태생했음을 뜻하며, 그 가르침이 최상승임을 표현하여 '최승진언도(最勝眞言道)'라 하였다. '成正等覺一切知者一切見者'는 '등정각을 성취하여 일체를 지견하는 자'의 뜻으로 바로 부처님을 가리키고, '而以加持說眞言道'는 그 부처님께서 가지하여 설하신 내용이 바로 진언도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若信此眞言道者 諸功德法皆當滿足'에서 '진언도를 믿고 수행하면 모든 공덕을 이룰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초기밀교의 신앙형태인진언수행에 바탕을 둔 현세이익·제재초복의 신앙형태를 보여주는 것으로 중기밀교의『대일경』속에 용해되어 '진언승' '진언도' 등과 같이 서두에 진언이란 말이 자주 쓰이고 있음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대일경』이 중기밀교의 경전이나 초기밀교의 신앙형태를 배제하지 않고 오히려 초·중기의 밀교신앙 까지도 그대로 총섭하고 있다.

그리고 진언수행에 있어서 의혹과 퇴전하는 마음을 없애야 함(當離疑悔心)을 강조하고 이와함께 수승한 진언도를 행할 것(開示於世間 勝行眞言道)을 역설하고 있으며 불(佛)에 귀명하여 정진하였을 때 성불할 수 있음(常作如是願 宣唱佛恩德 一切持金剛皆當護念汝)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외에도『大日經』에 '眞言乘'이나 '眞言乘道', '眞言道'와 같은 의미로 보여지는 '大乘眞言行道', '眞言敎法', '眞言相道法', '眞言行', '眞言法' 등의 용어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상으로 '진언승'과 관련하여 유사한 여러 용어들을 살펴보았는데, 이들 용어들이『대일경』에 상당히 많이 나타나고 있음을 볼 때, '진언승'이라는 표현 보다는 '진언도'라는 용어가 더 적절한 표현이란 생각이다.
뿐만 아니라『대일경』이전의 초기밀교와 중기밀교에 접어드는 시기에 이러한 용어들이 이미 나타나고 있지 않았나하는 추측을 하게 된다. 즉 진언승이나 진언승행, 진언승도라는 용어가『대일경』이 성립된 7세기에 와서 사용되긴 하였지만, 이미 진언승의 용어는 그 이전부터 어느 정도 사용되지 않았나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왜냐하면 진언승행이나 진언승도가『대일경』에서 나타났다고 하는 것은 문화인류학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 최소한『대일경』 성립 시기 이전에 이미 통용되었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다시말해서『대일경』이 중기밀교인 순밀의 경전임을 감안할때 이 용어는 초기밀교인 잡밀에서부터 이미 사용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예를 일반적인 사실에서도 유추해볼 수 있는데, 초기밀교에서 진언수행은 주로 양재초복적 신앙으로서 '진언·다라니'만을 주로 하였던 시대였고, 진언이 정비·체계화되지 않았으며, 더구나 신·구·의 삼밀 중에서 구밀만이 확립되었다는 사실에서 중기의 순밀 이전에는 오로지 진언수행이 주류를 이루었음을 알 수 있으며, 이러한 점은 바로 진언승의 유사용어들이 이미 그 이전시기에도 사용되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진언승의 어원이나 성립에 대해서 여러 가지 異見이 있어 왔는데, 분명한 것은 '진언승'이 밀교의 총칭어로서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왜냐하면,『대일경』에서 진언도·진언교법·진언문 등의 용어가 나타나고 있고, '진언승'이라는 용어도 2회에 결쳐 나타나고 있지만 그 원어는 'Mantrayana'가 아니라, 'Mantracarya-naya'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는 점과 'Mantrayana(진언승)'이 술어로서 정착된 것은 한참 후인 11세기 이후라는 점,『대일경』에서 'Mantrayana 진언승' 보다 오히려 'Mantranaya(眞言理趣)'라는 용어가 나타나고 있는 점 등을 들어서 '진언승(Mantrayana)'이 밀교의 용어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뿐만아니라 'Mantranaya'마저도 밀교의 교리를 망라하는 용어로 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대해 장익 교수도 '진언승(Mantrayana)'이 나타난 것은 11세기 이후에 성립된 문헌에서 부터이며, 인도 7세기 중엽에는 오히려 '진언승행'이나 '진언승도'가 나타나고 있는 점을 미루어 보아 '진언승'보다 '진언도'라는 표현이 더 정확한 용어임을 시사하고 있다. 즉 '대승진언승도'나 '진언승행'이 모두 修行을 의미하는 道와 行을 강조하고 있는 단어로서, 문장 속에서는 대승에 관련된 것으로 나타나 있고, 또한 인도 대승불교 속에 波羅蜜多道(Paramitanaya)와 眞言道(Mantranaya)가 있었다는 사실에서 오히려 '진언도Mantranaya'(또는 '진언이취'라고도 한다)가 널리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고 하였다. 따라서 독자적인 밀교의 교판적인 필요가 있기 전인 11C 이전까지는 대승불교의 한 수행도로서 Mantra수행을 위주로 하는 수행법을 Mantrayana로 불리웠던 것이라 하였다.

그러나 松長有慶은 '진언승 Mantrayana'가 산스크리트 문헌이나 티벳 문헌에서 나타나지 않고, '진언도 Mantranaya'의 용례가 적지 않게 보인다고 하면서, 'Mantranaya'는 7세기의『대일경』에서 찾을 수 있고, 'Mantrayana'는 11세기 이후에 성립된 것으로 문헌에는 가끔 나타날 뿐이라고 하였다. 더구나 이것은 'Mantranaya'보다 명확한 의미를 지니고 사용된 것도 아니며, 인도밀교 후기에 이르기까지 독자적인 개념으로 널리 사용된 것은 아니었다고 보았다.『대일경』「구연품」제2에 보이는 '진언승행'이나 '진언행도'라는 용어가 물론 '진언승 Mantrayana'를 가리키는 것으로 볼 수 있겠지만, 산스크리트어에 비교적 충실하게 번역된 티벳 역과 비교하였을 때, 그것은 'Mantrayana'가 아니라 오히려 'Mantracaryanaya'라고 하였다. 특히『대일경』에 '진언도'라는 번역어는 많지만, '진언승'이라는 용어는 달리 보이지 않는다고 하면서 한역경전에 '진언승'이라는 번역어가 발견되었다해서 그것만으로『대일경』의 산스크리트 원전에 '진언승 Mantrayana'라는 용어가 존재하였다고 단정하기에는 근거가 희박한 것이라고 보았다. 즉 진언승이라는 용어를 부정하고 오히려 진언도의 적합성을 주장하였다. 이 점에서 진언승을 후대에 와서 붙여진 '진언도'의 다른 이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러한 '진언도'는 8세기 이후에 성립된『비밀집회탄트라』와『헤바즈라탄트라』에도 '진언도'의 용어가 보이는 반면, '진언승'이라는 표현은 없으며, 9세기 정도에 성립된 기본적인 탄트라에도 '진언승'이라는 용어는 보이지 않고, 단지 11세기 이후에 성립된 탄트라나 논서에서 종래의 '진언도'와 함께 '진언승'이라는 표현이 나타나기 시작한다고 하였다.

따라서 '진언승'이라는 용어가 밀교를 나타내는 총칭어로 볼 수 없다고 생각되며, 또 '진언승' 용어 그 자체에도 신빙성을 의심하게 된다.
다른 한 편으로 장익 교수는 '진언승'의 파생순서를 B. Bhattacharyya의 경우에는 Mantrayana가 후기불교인 Vajrayana에서 파생된 것으로 보았고, 이와 반대로 S.B. Dasgupta는 대승불교의 유파인 Mantrayana에서 Vajrayana가 성립한 것으로, 오히려 대승불교의 수행도인 '진언도'에서 '금강승'이라는 밀교의 한 유파가 생긴 것으로 보았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차이는 진언승이 밀교를 대표할 수 있는 용어가 되지 못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진언승행이나 진언승도, 진언승 등의 용어가 밀교수행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분명하나 그것이 밀교전체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기 어렵고 더구나 진언승의 파생순서나 용어의 신빙성 등이 분명치 않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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