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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탈출의 원샷! 사진공모전 주요 수상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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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사랑과 탈출의 원샷! 사진공모전 주요 수상자 인터뷰
» 니콘카메라와 함께 하는 2008 사랑과 탈출의 원샷! 독자사진공모전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사랑과 탈출의 원샷! 사진공모전 대상 이명현씨

이 사진 찍고 카메라가 꼴깍∼

벌써 150번 넘게 공모전 수상경력, 그 돈으로 가족유럽 여행도

“이게 마지막 장인데, 좋은 사진이 걸렸네요”

지난해 10월 경기 여주 해여림식물원. 아내와 아들 종혁이와 함께 간 가을 나들이. 세 사람 모두가 담긴 가족사진을 찍고 싶었다. 세 사람이 손을 잡고 뛰는 장면을 생각했지만, 그러긴 힘들었다. 그래서 왼손으로는 아내의 손을 잡고 오른손으로는 카메라를 들고, 세 명이 풍차처럼 돌았다. 카메라는 셔터속도 우선 모드로 맞추고, 셔터속도는 30분의 1초로 고정했다. 그리고 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 바퀴를 채 돌지도 못했는데, 예닐곱 장 즈음에서 셔터소리가 갑자기 멈췄다. 닳을 대로 닳은 카메라의 반사경이 마침내 수명을 다한 것. 그럴 만도 했다. 산 지 3년도 채 안 돼 8만 컷을 찍었으니.

사진 동호회 세계에서 이명현(41)씨는 아이디 ‘종혁아빠’로 유명하다. 레이소다(raysoda.com) 등에도 그가 사진을 올리면 찬탄이 쏟아진다. 또한 그는 사진 공모전 헌터로 유명하다. “소규모 공모전까지 합치면 이번이 150 몇 번째 정도 수상이 될 거예요.” 지난해에는 공모전 상금을 모은 돈으로 유럽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을 정도.


그가 처음 디에스엘아르(DSLR·일안반사형) 카메라를 산 건 2005년 3월. 3년도 안 되는 기간에 그의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셔터 누를 때 가장 행복하다는 그는 “남과 다른 시선으로 일상을 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가족과 일상이 그의 주 작업 무대다. 가장 많이 찍는 피사체는 그의 아들 종혁이. “사진은 찍을수록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그럴 땐 잘 찍으려고 스트레스 받지 말자고 다짐해요. 즐거운 일상처럼 즐겁게 찍는 거죠.”

욕심 부리지 않는 게 그의 비결인 듯했다. 그가 함께 만드는 사진 공간 포토볼(photobowl.co.kr)에서는 사진 마니아들이 ‘허접한 사진’이라고 욕을 해도 좋을 법한 사진도 올린다고 한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r


사랑과 탈출의 원샷! 사진공모전 금상 함영희씨

삼각대 펴고 한 시간 기다렸죠

우연이 필연처럼 보이는 순간을 포착하려고 함영희(32)씨는 한 시간 이상 서 있어야 했다.

‘탈출’이 주제였다. 일상의 끈이 질길수록 탈출의 꿈도 커지는 법. 진득한 일상의 공간을 먼저 찾아야 했다. 생활인들이 오가는 용산역 부근이 떠올랐다. 내부에 형광등 조명이 있는 불투명한 유리창 앞을 사람들이 오고 갔다. 유리창의 격자무늬는 일상의 단조로움과 닮아 있었다. 유리창 앞을 지나는 사람들의 실루엣에서 ‘실행되지 못한 탈출의 꿈’을 봤다. 오후 6시 삼각대를 펴고 니콘 디2엑스에스(D2XS)를 얹었다.

‘서로 다른 군상’을 보여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셔터 속도를 1/25초로 설정했다. 이보다 더 느릴 땐 모든 피사체가 잔상으로 보이고, 반대로 이보다 빠르면 잔상을 얻기 어려웠다. 찬 바람을 맞으며 같은 앵글로 셔터를 누르고 또 눌렀다. 1시간쯤 지나자 ‘결정적 순간’이 찾아왔다. 8명의 피사체가 절묘한 비율로 각자의 자리를 잡았다. 바쁘게 걷는 사람은 잔상으로 남았고, 느릿하게 움직이는 사람은 정확하게 찍혔다. 누군가는 당당히 걸었고, 누군가는 피곤한 듯 고개를 떨어뜨리고 걸었다.

함씨는 “연극적인 장면이라는 느낌이 들어 셔터를 눌렀다”고 설명했다. 미대 회화과 학생인 그는 3년 전 사진 교양수업 때 처음 디에스엘아르를 만났다. “머릿속에 그려온 이미지를 바로 현실에 만들어낼 수 있어 사진이 좋다.” 함씨의 사진 예찬론이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사랑과 탈출의 원샷! 사진공모전 은상 정정숙씨

꼬마들 사진이 행운을 줘요

대학교 때 사진동아리에서 처음 카메라를 잡고 지금까지 쭉 사진을 찍고 있다는 정정숙(35)씨에게는 아홉살, 일곱살 난 두 딸이 최고의 피사체다. “가족 여행을 많이 다니는 편인데, 여행을 갈 때마다 카메라를 가져가서 두 딸 사진을 많이 찍어요. 이 사진도 경기도 파주 프로방스 마을로 놀러가 찍은 사진이에요. 아이들이 사진 찍히기 싫다면서 장난치는 순간 셔터를 눌렀어요. 그래서 표정이 더 자연스럽고 좋았나봐요.” 사진기종은 니콘 D50. 여러 차례 참가했던 사진 공모전에서도 애들 사진이 가장 좋은 결과를 내곤 했다는 정씨는 사진 공모전 당선 비결도 살짝 귀띔해줬다. 먼저 인물 사진을 찍을 때는 적어도 10장 이상 찍고, 풍경 사진은 가능한 한 다양한 각도에서 찍는 것이 필수라고. 또 인터넷으로 사진 공모를 할 때는 첫날이나 마지막 날 접수해야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단다.

사랑과 탈출의 원샷! 사진공모전 은상 김태운씨

다음 목표는 섬을 찍는 것

호남선의 가장 마지막 역인 목포역에서 역무과장으로 일하고 있는 김태운(54)씨는 15년 전 취미생활의 하나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스트레스 해소도 되고 해서 쭉 카메라를 놓지 않고 있어요. 줄곧 꽃이나 곤충 등 생태 사진을 주로 찍어 왔죠. 생태 사진을 찍으려고 사진 동호회 사람들과 함께 산에도 많이 다니고, 여행도 자주 다녀요.” 이 사진은 지난해 12월 경주 문무대왕 수중릉으로 일출 사진을 찍으러 가다가 삼성 프로 815 카메라로 찍었다. 처음에는 가족들도 그의 이런 취미생활을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요즘에는 아내도 함께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등 분위기가 달라졌단다. 그의 다음 촬영 계획은 뭘까? “목포 앞바다에는 홍도부터 흑산도까지 아름다운 섬이 참 많아요. 이쪽 섬지방 사진을 찍는 게 다음 목표예요.”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사랑과 탈출의 원샷! 사진공모전 동상·입선작 면면들

고요한 사랑, 흑백으로 살아나다

» 동상 수상작. 강동훈.

동상에 오른 강동훈(27)씨 사진은 고요한 사랑을 다루었다. 지난해 12월 중순 해질 무렵, 부산 다대포 해수욕장에 오십대에 접어 든 남녀가 지나갔다. 그들을 놓치지 않고 셔터를 눌렀다. 컬러 대신 흑백으로 표현한 이유는 “그분들의 나이를 생각하고 지난 시간을 입히기 위해서”였단다. 그는 인터넷에서 이미 ‘빨간깔개’ 혹은 ‘레드카펫’이란 필명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아마추어 사진가였다. 이미 여러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탄 경력이 있다. 이 사진은 후지필름사의 카메라로 찍었다.

» 동상 수상작. 김대현.
다른 동상을 거머쥔 김대현(25)씨는 사진학과 학생이다. 참여하게 된 계기가 재미있다. 교수님의 특명 때문이란다. 공모전에 당선되면 학점을 더 주겠다는 당근에 군침을 삼켰기 때문이다. 그가 찍은 사진 속 공간은 놀랍게도 외국이 아닌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이다. 프레임 안에 3분의 1을 넘지 않는 적절한 지평선의 위치와 수직으로 관통하는 커다란 나무는 잠시 숨을 멈추게 한다. 이 작품은 나무와 사람의 사랑을 다루었다. 나무 아래를 자세히 보면 사람이 있고 나무 그림자가 그를 감싸고 있다.

» 입선작. 배현철.
비롯 입선에만 머물렀지만 나머지 네 작품도 훌륭하다. 배현철씨 작품은 일상으로 탈출하고 싶은 심정을 표현했다. 그는 피사체가 뛰는 순간을 훌륭하게 사진에 담았다. 시간은 ‘순간’에 멈췄고 그 순간 잠시 ‘탈출’이 성공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파란 하늘색과 피사체의 빨간 옷이 주는 색 대비였다. 완만하게 흐르는 지평선은 역동적인 사진에 안정감을 주어 더욱 훌륭한 사진을 만들었다.

» 입선작. 주기봉
주기봉(51)씨는 취미로 사진기를 잡은 지 벌써 20년째란다. 사진 속의 장소는 강원도 춘천 신북초등학교다. 폐교 이야기가 솔솔 들리면서 그는 틈만 나면 이 학교 아이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사계절 아이들의 모습이 그의 카메라에 있다. 다른 응모자들과 달리 오래 된 빛바랜 느낌의 사진 색감은 그만의 노하우다. 주황색을 좀더 짙게 하는 필터를 사용했다. 일본 여행에서 구입한 색필터가 한몫을 했다. 그는 예전에는 캐논 카메라를 썼지만 최근에는 니콘으로 기종을 바꿨다. 무엇보다 니콘의 초점이 마음에 들기 때문이란다. 이미 환경부에서 주최하는 사진공모전에서 금상을 탄 경력이 있다.

» 입선작. 한순애.
한순애(45)씨의 사진은 응모 마감일 늦은 저녁 우편으로 도착했다. 정성스럽게 싼 원통 안에 슬라이드 필름을 인쇄한 사진이 들어있었다. 니콘의 고전적인 카메라 에프엠2로 촬영했단다. 아직까지도 필름 카메라로만 작업을 한단다. “고가 디지털 카메라가 아니면 필름카메라의 해상도를 따를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사진 속에 아이들은 그의 자녀들이다. 전라남도 순천 낙안읍성으로 간 가족여행에서 찍은 것이다. 철이 바뀔 때마다 네 식구는 한차례 사진여행을 떠난다.

» 입선작. 황수형.
황수형(33)씨의 피사체는 신기한 개 두 마리다. 사진 왼쪽은 그가 부산에서 키우는 개이고 오른쪽은 집안 어른이 키우는 시골 백구다. 어른이 사시는 경상북도 의성으로 개를 데리고 여행을 갔다가 재미나는 장면을 만났다. 놓치지 않고 연신 셔터를 눌렀다. 미놀타(DYNAX5D)로 찍었다. 취미로 사진을 시작한 지 7~8년 되었지만 사진 공모전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란다. “운 좋게도 두 번 모두 입선했다”며 은근히 사진실력을 자랑한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 독자사진 공모전 심사모습. 왼쪽부터 탁기형 선임기자, 강용석 교수, 고경태 팀장.
사랑과 탈출의 원샷! 사진공모전 심사위원장 총평

강렬한 활기에 사로잡혔네

2008년 새해가 밝자마자 한겨레 〈Esc〉에서 독자들을 위한 사진 콘테스트를 열었다. 아마도 올해 무자년에 맞게 풍요와 희망, 그리고 기회의 기운을 발휘하라는 의미인지 모르겠다. 사진을 통해 주위를 바라보면서 한 해를 시작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그 주제도 ‘사랑과 탈출’이다. 간결하고 직설적이고, 대중적이다. 하지만 사랑과 탈출을 형상화하기란 쉽지 않다. 사진술은 사실적 주제엔 강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표현하기란 난감한 매체이기 때문이다.

많은 독자들이 응모했고, 심사는 흥미롭고 신선했다. 새해 새로운 기분으로 새 사진을 보는 것이라 좋았다. 언제나 그렇듯이 심사는 엄정하고 공정했으며 분명했다. 심사위원들의 선택 기준은 달랐지만, 의견을 모으고 토론했다. 대체로 합의점에 도달했고, 아쉬움이 남는 부분에 대해선 추가토론이 이어졌다. 수상 순위를 정하는 과정에서 몇 번의 진통 끝에 심사위원 모두에게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명현의 사진을 대상으로 정하는 데는 별다른 이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심사하는 내내 심사위원들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의 사진이 심사위원의 시선을 사로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사진 형식성의 강렬함과 소재에서 보여지는 활기찬 기운일 것이다. 특히 이번 사진 콘테스트의 주제인 ‘사랑과 탈출’ 모두를 한 장의 사진에 함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상을 주기에도 적절한 사진이었다. 금상을 수상한 함영희의 사진은 도시적이다. 특히 밝은 배경에 실루엣이 보여주는 사람들의 제스처가 여러 감정을 자아내게 하기에 충분했다. 의도적으로 이 콘테스트의 주제인 사랑과 탈출을 구분하고자 한 것도 아닌데, 결과적으로 은상으로 선정한 정정숙과 김태운의 사진은 잔잔하고 어울림 있는 사랑을 표현한 것이었고, 동상의 강동훈과 김대현은 아름답고 서정적이지만 탈출의 의미가 강했다. 배현철, 주기봉, 한순애, 황수형의 사진들도 입선에 머물렀지만 사진 수준의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았음을 여기에 밝힌다.

» 강용석/ 사진가·백제예술대학 사진과 교수

이번 사진 콘테스트에서는 따듯한 사랑과 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여유를 그 주제로 내세웠다. 참가자들은 사진을 통해 사랑과 여유를 의식하는 시간을 가졌으리라 생각된다. 그것은 좋은 일이고, 사진술은 그러한 의식을 일깨우는 구실을 했다고 생각한다. 사진을 찍는 일은 이제 일상이다. 사진을 통해서 일상 속의 새로운 생각과 의식을 일깨우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

강용석/ 사진가·백제예술대학 사진과 교수

강용석은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학부와 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했고, 미국 오하이오 대학원에서 포토커뮤니케이션을 공부했다. 1999년 ‘매향리 풍경’ 개인전을 비롯하여, 2003년 미국 휘트니 뮤지엄의 ‘The American Effect’ 그룹전에 참가하는 등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활동하고 있다.




출처: http://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26208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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