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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다르마구사론에 대한 설명

지복에 이르는 길..../학술, 교학

by O_Sel 2013. 6. 11.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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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비다르마 구사론에 대한 설명 ]

 

바수반두(世親, A.D. 400-480)의 아비다르마구사론은 불교철학 또는 불교의 교상(敎相)과 교학체계를 배우는데 있어서 반드시 이해해야할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논서이다. 이것은 'dharma' ''이란 부처님의 가르침 혹은 부처님께서 설하신 진리를 뜻하고, 그것을 담아서 전승(傳承)한 아-가마인 아함을 말한다. 그리고 아-가마에 담긴 'dharma'를 자료로 삼아 그것에 대해서(abhi-) 철학적으로 연구하여 체계화시킨 '대법(對法)'이며 불교사에서 가장 잘 정돈된 교학체계서이다.

후대에 발달된 중관학(中觀學)이나 유식학(唯識學){구사론}을 바탕으로 다르마를 다른 관점과 입장에서 재해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구사론}을 무시하고는 중관(中觀)이나 유식(唯識)에 대한 올바른 이해도 불가능하다고 보아야할 것이다. 특히 대승의 교학체계인 유식학은 부파 즉 설일체유부(說一切有部)의 교학을 중관의 공사상(空思想)에 의해서 비판을 받은 다음에 그것을 대승적으로 변용시킨 대승의 아비다르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불교 교학자들은 옛날부터 '구사팔년(俱舍八年) 유식삼년(唯識三年)'이라는 말이 시사하듯이 전통적으로 유식학에 뜻을 둔 불교학자는 아비달마불교의 꽃이자 열매인 세친의 {아비달마구사론}을 먼저 공부하는 것이 순서였던 것이다.

아비달마는 크게 세 단계를 거쳐 발전되었다고 한다. 첫 단계는 아함경전에 산만하게 비체계적으로 설해져 있거나 그 의미가 불명료한 개념들을 정리하고 조직하며 해석하고 설명한 것이 독립적으로 발전된 단계이다. 두 번째 단계는 첫 단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아-가마의 교법을 더욱 세밀하게 정리하고 체계화한 것을 그 주제에 따라 정리된 단계이다. 다음 세 번째는 정리하고 해석하여 명료해진 개념들을 가지고 여러 논사들이 독립적인 해석을 가하여 거대한 불교학의 체계를 성립시킨 단계이다. 이 중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아함경전의 교설 중에 중요한 주제들을 선정하여 정리한 논모이다.

이는 남방 장노들의 상좌부의 아미담마 논사들은 이 論母를 중심으로 교학을 형성하였다. 그러나 有部에선 이 말을 사용하지 않고 대신 '아비다르마(abhidharma)'라는 말이 그것을 대신하였던 것이다. 또한 대승불교에서는 보살장의 논모를 정리하고 조직한 것을 섭대승론이라 하였고, 이것을 대승의 아비달마라고 한 것은 아비다르마의 전통을 계승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불멸 100년경 근본분열이 일어난 후 불멸 300년경에 지역과 학파에 따라20여 개의 부파로 분열하였다. 이 가운데 오늘날까지 온전한 형태로 보존되어 전해진 것은 남방 상좌부의 빨-리 논장과 유부의 논장 뿐이다. {구사론}은 바로 이러한 유부 논장의 하나로서 그 가운데 내용이나 형식에서 가장 뛰어난 연구서가 되었고, 이것이 중국에 전해져 구사종이라는 하나의 종파로까지 발전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세친의 {구사론}은 오랜 연구의 역사를 통해서 축적된 부파의 가장 발전된 논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연구의 역사에 대해서 간략히 살펴보기로 하겠다.

먼저 불교의 종합적인 학설을 최초로 주석하고 주제에 따라 논술한 획기적인 논서는 육족일신론(六足一身論), 1) 아비다르마집이문족론, 2) 아비다르마법온족론, 3) 아비다르마식신족론, 4) 아비다르마품류족론, 5) 아비다르마계신족론, 6) 아비다르마시설족론과 7) 아비다르마발지론 등이 있다. 이상의 7론 외에 중요한 논서로 {아비다르마대비바사론}이 있다. 이 논서는 {아비다르마발지론}을 토대로하여 설일체유부의 이론들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는 논서이다. 이 논서의 분량은 200권이나 되어 너무나 방대하기 때문에 핵심이 되는 주제나 개념들을 종합하여 간결하게 정리하여 재구성한 {아비담심론}이 저작되었다. 이 논서는 분량은 적지만 유부의 사상을 종합적이고 창조적으로 조직했으며 후에 세친의 저술인 {구사론}의 모델이 되었다.

그래서 여러 논사들의 형식적 모델, 즉 먼저 운문으로 핵심적인 교설을 기술하고 산문으로 부연 설명한 형식을 취한 것이다. 이후 저술된 모든 논서들은 모두 이 형식을 따르고 사상적인 영향도 이 텍스트에 바탕을 두고있다. 그리하여 {구사론}은 독립된 학파를 이루었고 유식학 연구의 예비학이자 불교의 기초 교리학의 교과서이다. 이와 같이 {구사론}은 유부학파의 논서이긴 하나 불교철학의 수많은 기본 개념들의 의미가 분석되고 정리된 불교학의 백화사전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본서를 연구하는 것은 불교학의 기초를 다지는 초석이 될 것이다.

그러면 아비다르마란 무슨 뜻인가? 'abhidharma'에서 'abhi-''에 대한' 또는 '을 향한'이라는 의미와 '뛰어난()'이라는 의미가 있고, 'dhar ma'''을 의미하는데, 유부에서는 아비다르마를 '법에 대한 연구'라고 하고, 남방 상좌부에서는 '뛰어난 법(勝法)' 또는 '무비법(無比法)'이라 해석한다.

{구사론}에 따르면 아비다르마에는 승의(勝義)의 아비다르마와 세속(世俗)의 아비다르마의 의미가 있다. 전자는 번뇌에 물들지 않는 무구(無垢)의 혜()와 그에 수반되는 다르마들 즉 무루(無漏)의 오온이며, 후자는 승의적 다르마인 무구(無垢)의 혜()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써 후득적인 유루(有漏)의 혜와 생득적(生得的)인 혜라는 논서이다. 다시 말하면 아비다르마란 혜()의 반야(般若)이고 혜란 법()에 대한 철저한 판별과 분석 또는 분별인 것이다. 아비다르마의 궁극적 목표는 법에 대한 간택인 지혜에 의하여 무명(無明)을 파괴함으로써 생사윤회의 고해(苦海)에서 벗어나 열반을 성취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통적인 유부에 따르면 아비다르마는 곧 부처님의 교설이라는 것이다.

불교(佛敎)란 간략하게 말해서 불((() 삼보(三寶)로 이루어진 것이며, 그 가운데 중심이 되는 것은 법()이다. ()은 부처님으로부터 흘러나오며, 법으로부터 승()이 성립된다. 반대로 승()이란 법()을 수단으로 하여 불()에 이르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이와 같이 법()은 불()과 승()을 연결시켜 주는 다리이다. 불교의 역사란 곧 불교의 핵심 개념인 법()에 대한 해석의 역사라고 볼 수 있으며, 그 목적은 법()에 대한 올바른 해석을 하여 지혜를 얻어 열반을 얻어 부처가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대승불교도 유부의 법에 대한 해석을 일체개공(一切皆空)으로 해석하여 발전한 것이며, 유식불교도 이 법()을 유식(唯識)으로 파악한 것이다.

그러면 {구사론}에서 해석하는 'dharma'란 어떤 의미인가? 단적으로 말해서 다르마란 [존재]를 의미한다. 즉 다르마란 'dravyata sat'인데 번역하면 [實有]이다. 또한 자기만의 독특한 성질을 지니는 것인 임지자성(任持自性)이다. 즉 모든 존재는 가유(假有)와 승의유(勝義有)가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다르마란 바로 승의유를 가리킨다.

예를 들면 현상적으로 나타난 사물들인 옷이나 물병 같은 것들은 요소들이 모여서 구성된 것이고 요소들이 흩어지면 구성하고 있던 요소들만 남는다. 이것을 계속해서 분석해 들어가면 마침내 다른 것으로 더 이상 환원될 수 없고 다른 것과 뚜렷하게 구분되는 독자적인 특성인 스와락샤나를 갖는 최종적 요소에 도달된다. 다시 말하면 '푸른 물병'을 분석해 들어가면 물병은 소멸되어도 안근(眼根)의 대상인 푸름이라는 색은 푸른색이라는 독특한 특성으로서 다른 것으로 환원될 수 없는 존재이고, 이것이 바로 유부에서 말하는 다르마이자 실유(實有)인 것이다.

일체가 있다(sarvam asti)고 할 때 일체란 바로 일체의 다르마이며, 그런 다르마는 존재한다는 것이 설일체부의 주장이다. 그런 다르마가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 아비달마에서 추적해 가는 방법이 바로 분석인 비방가이고 분별이다. 그래서 아비다르마의 철학을 분석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단지 철학과 구분되는 것이 바로 경험적으로 체험해 가는 것에 수행으로 승화되는 점에서 구별된다.

여기서 우리는 {구사론}의 전체를 개관해 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아비다르마의 이론이 독자적인 이론이 아니라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정리하고 체계화하여 발전시킨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시불교의 어떤 교리와 관련되어 있는가를 이해할 필요가 있고, 또 당시 이론의 핵심 과제가 무엇인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구사론}의 구성을 간략히 살펴보자. {구사론}은 총 9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중 첫 장은 총 600여개의 송(, k rik )과 그에 대한 세친 자신의 산문주석이고, 마지막 제9장 파아품(破我品)은 독자부(犢子部)가 주장하는 인(, pudgala)의 존재를 논박하는 부록적 성격의 장이다.

()과 소()로 구성된 앞의 8장의 명칭은 1) 계품(界品), 2) 근품(根品), 3) 세간품(世間品), 4) 업품(業品), 5) 수면품(隨眠品), 6) 현성품(賢聖品), 7) 지품(智品), 8) 정품(定品)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구사학의 표준으로 존중되어 왔던 보광(普光){구사론기(俱舍論記)}의 내용을 초록한 응념(凝念){팔종강요(八宗綱要)}에 따르면 8장은 계(()의 이품과 나머지 여섯 품으로 대별되며, 앞의 두 품이 유루(有漏)와 무루(無漏)를 총괄적으로 다룬 것에 대해 여섯 품은 유루·무루를 별개로 다루고 있다.

뒤의 여섯 품 중 앞의 3[세간(世間(수면(隨眠)]은 유루(有漏)의 인과를 주제로 한 것이고, 뒤의 3[현성(賢聖(()]은 무루(無漏)의 인과(因果)를 주제로 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계(() 2품이 미()와 오()를 전체로서 취급한다면 앞의 3품은 미계(迷界)의 인과를 뒤의 3품은 오계(悟界)의 인과를 별개로 다루고 있다.

그리고 미혹의 세계를 다룬 앞의 3품 가운데 세간품(世間品)이 과()라면 업품(業品)은 원인인 인(), 수면품(隨眠品)은 조건인 연()을 다루며, 깨달음의 세계를 다룬 뒤의 3품 가운데 현성품(賢聖品)은 과()이고 지품(智品)은 인이며 정품(定品)은 연()을 다룬 것이다. 이상의 구조를 석존의 가르침 중 가장 근본적인 교설인 사제(四諦)에 대응시키면 세간품은 고제(苦諦)이고 업품과 수면품은 집제(集諦)를 해명한 것이고, 현성품은 멸제(滅諦), 지품과 정품은 도제(道諦)를 해명한 것이다.

이와 같이 {구사론}의 중심부분인 3품에서 8품까지는 바로 불교의 실천적인 인식체계인 사제(四諦)와 같은 것이고, 계품과 근품은 사제에 대한 미오(迷悟)의 인과(因果)를 분석적으로 정밀하게 이해하기 위한 기초 토대로서 5·12·18·575·22근으로 분류되는 일체법(一切法)의 본질과 6·4·5과로 분석되는 그들의 작용을 해명한 것이다. 그리고 1품에서 8품까지가 현정(顯正)이라면 제9품은 파사(破邪)이다.

이 가운데 인간과 우주의 모든 존재를 오위(五位오사(五事오법(五法오품(五品)으로 분류하여 명색(名色), 즉 정신과 물질적 구성요소를 75가지 법으로 세분하여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부파불교에서는 무아(無我)를 인정하면서도 [삼세실유(三世實有), 법체항유(法體恒有)]라는 오류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반야공관(般若空觀)을 낳고, 다시 식전변(識轉變)의 오위백법(五位百法), 진여의 여래장(如來藏), 밀교의 즉신즉불(卽身卽佛)의 현현(顯現) 등으로 발전한다.

일반적으로 모든 존재는 시간과 공간을 점유하여 자기 보존의 유지를 위하여 끊임없는 작용을 한다. 이러한 작용을 근본 또는 초기불교에서 행() 또는 제행(諸行)이라는 용어로 설명하며, 또 제행무상(諸行無常)의 행()과 오온(五蘊) 가운데 있는 행(), 그리고 십이인연(十二因緣) 가운데 행()이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부파불교에서 일체법(一切法)을 일반적으로 유위법(有爲法)과 무위법(無爲法)으로 나누어 설명하는데, 유위법(有爲法)에는 11가지 물질적인 요소(rupa, 色法), 47가지 정신의 작용과 정신작용의 요소(cittacaitta, 心所), 14가지의 정신적 물질적 요소에 포함되지 않는 힘의 요소(色心不相應行)가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무위법(無爲法)에는 3가지 불변적 요소(無爲法)가 있다고 설한다. 다시 말해서 이것은 초기불교(原始佛敎), 또는 근본불교(根本佛敎)에서 설명했던 삼과설(三科說)을 한층 더 발전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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