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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정 의식 (1): 깔라짜끄라의 7종관정

티벳 불교와 문화..../by O_Sel

by O_Sel 2012. 2. 20.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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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정 의식 (1): 깔라짜끄라의 7종관정

글쓴이: O_Sel(원명, Ph. D in Delhi Univ., http://osel.pe.kr)
게시일: 2002/10/03
수정일: 2005/10/22, 2012/02/20

   딴뜨라를 수행하기 앞서 관정을 받는 것은 필수불가결 한 것이며, 이 글은 깔라짜끄라 딴뜨라의 관정을 위주로 하여 그 내용을 의식 진행 순서에 따라 정리한 것이다. 개괄적으로 관정의식을 요약하기 위해 깔라짜끄라 본존과 만달라, 짜끄라와 종자음 등을 심상화 하는 명상법에 대한 설명은 제외 하였다. 이러한 명상법들과 깔라짜끄라의 7종 관정 부분을 제외하면 관정의식의 진행 과정이 다른 딴뜨라들의 관정의식과 공통이 되는 부분들이 대부분 이다. 그리고 깔라짜끄라 본존을 심상화 또는 관상 해야 하는 부분에 '깔라짜끄라'라는 표기 대신 '본존'이라 기재 했다. 그러므로 깔라짜끄라가 아닌 다른 딴뜨라 관정 의식의 진행시에는 '본존'이라는 표기에 진행 중인 관정의 본존 명칭을 대응시키면 된다.

   관정 의식의 정리를 위해 여러 영문 서적들을 들춰 보았는데 책마다 깔라짜끄라 딴뜨라 관정 의식의 진행 순서와, 관정을 주는 방식이 조금씩 달랐다. 이는 깔라짜끄라 관정 의식에 대한 영문 서적들이 각기 다른 티벳 원전과 달라이 라마께서 각각 다른 지역에서 다른 시기에 수여하신 깔라짜끄라 관정을 정리해 출판해서 그렇지 않나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다른 영문서적을 통해 번역, 정리한 아래의 글에도 많은 오류라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티벳불교에 관심을 갖고 관정을 받아 수행에 임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관정의 의미와 내용을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에서 글을 정리해 본다.

   관정(灌頂/dBang bsKur/Abhisheka)이란 물을 정수리에 붓는다는 뜻으로 본래 인도에서 임금의 즉위식이나 입태자식을 할 때에 물을 정수리에 붓는 의식에서 비롯되었다. 밀교적 관정의 의미는 라마(Bla Ma, Guru)가 그의 제자에게 정신적 성숙을 통해 딴뜨라를 수행할 수 있도록 권위를 부여해 주는 의식을 말한다.

   관정을 통해 라마(guru)와 제자, 수호신(Yi Dam)과 제자 사이에 깊은 인연이 형성되며, 자신의 근기에 맞는 특정한 딴뜨라의 가르침을 받고, 몸의 동작과 언어, 의지 작용을 바르게 하여 딴뜨라의 수행에 입문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또한 관정을 받은 후에야 비로소 만달라를 볼 수 있게 되며 딴뜨라 경전들을 읽을 수 있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딴뜨라를 수행하기에 앞서 필수적으로 관정을 받는 것이 밀교의 전통이다.

   관정의식은 수행자의 의식 흐름 속에 내재 되어있는 잠재력을 일깨우기 위한 일련의 의식으로서 I. 대지수습(大地修習), II. 예비수습(禮備修習), III. 근본수습(根本修習) 등의 의례와 함께 기도, 공양, 관상, 심상화 등이 수반된다. 대지수습과 예비수습은 관정을 수여하기 위한 만달라를 조성하는 과정이며, 근본수습은 만달라의 완성과 함께 본존과 호법신, 지신 등을 모신 만달라 안에 입장하여 관정을 받는 의식이다. 아래에서 이러한 의식의 진행 순서에 따라 관정의 내용과 그 의미를 간략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I. 대지 수습(Sa'i Cho Ga)

   대지 수습은 만달라가 그려질 장소를 선택하는 의식으로서 1. 대지의 선택, 2. 요청과 허가, 3. 정화, 4. 보유(保有), 5. 보호와 가피의 다섯 가지가 있다.

1. 대지의 선택(Sa brTag Pa): 만달라가 그려질 장소로 적합한지 부적합한지를 판단.

2. 요청과 허가(Sa bSlang Ba): 적합한 장소이면, 그 장소의 실질적 소유자와 비가시적인 소유자(地神)에게 장소 사용의 요청과 허가을 받음.

3. 정화(Sa sByang Ba): 허가받은 장소에 있는 부정한 것들을 제거하고 적합한 정화물, 진언, 명상 등을 이용해 대지를 정화하는 의식으로 만달라 조성지 주위에 호법신의 모습으로 변한 풀부(Phur Bu)를 사용해 보호막을 설정하고 금강상사는 공에 대해 명상을 함.

4. 보유(Sa bZung Ba): 정화된 장소가 만달라를 그릴 수 있는 토대가 되도록 의식을 행하여 제존들의 허가를 얻음.

5. 보호와 가피: 금강상사가 자신을 본존의 모습으로 심상화 하여 보유지를 보호하고 가피를 내린다. 만달라의 기본 외벽선을 그리고 그 주위를 따라 돌며 모든 장애 요소를 제거 한다. 그런 다음 만달라의 조성과 성공적인 관정을 위하여 장래에 그 어떤 방해의 마군들이 침입할 수 없도록 바즈라(Vajra) 담장을 명상한다.

 


II. 예비수습(sTa Gon Gyi Cho Ga)

   관정 의식과 만달라 조성에 필요한 용구를 준비하고, 만달라를 조성하기 위해 지신과 존들을 모시는 과정으로 다음과 같은 의식들이 행하여진다.

1. 지신수습(Sa'i lHa Mo lHag gNas): 지신을 만달라 조성지에 모시고 꽃, 향, 향수 등으로 공양한다.

2. 만달라수습(dKyil 'Khor Gyi lHag gNas): 만달라에 제존들을 모심. 금강상사가 만달라에 모셔질 제존들의 만뜨라를 암송하며 만달라의 기본 틀에 제존들의 자리를 표시하고 제존들이 각자의 거처에서 나와 만달라 안에 거주하기를 간청하여 만달라에 본존과 그의 권속들을 모신다.

3. 보병수습(Bum Pa'i lHag gNas): 보병에 존(尊)을 모시는 의식으로 다음 두 가지의 보병이 준비되어진다. 1) 업보병(業寶甁); 만달라, 공양물 또는 관정을 받는 자에게 일어나는 장애를 제거한다. 2) 승보병(勝寶甁); 관정을 수여한다.

4. 제자수습(Slob Ma'i lHag gNas): 제자 안에 존을 모시는 의식을 제자수습이라 하며 만달라에 들어가기 전에 제자들의 신구의를 정화하기 위해 행하여진다. 이 의식에 있어서는 딴뜨라 간에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관세음보살의 관정의식에서는 제자수습이 예비수습 때 행해지지만 깔라짜끄라의 관정에서는 근본수습의 예비관정의식에서 제자수습이 행해진다. 제자수습에 대해서는 근본수습의 예비관정에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III. 근본수습

만달라의 완성과 함께 제자들이 만달라에 입장하여 관정을 수여 받는 의식이다. 근본수습의 요체는 관정 의식이며, 관정 의식에는 1. 예비관정과 2. 본관정이 있다.


1. 예비관정

관정을 수여받기 전에 제자들은 여러 준비의식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제자수습이라고도 한다. 이 준비 의식을 통해 제자들은 신구의를 정화하고, 금강상사는 제자들을 만달라의 제존들께 소개하며 심상화의 능력을 향상시켜 만달라의 제존(諸尊)들과 친숙하게 하여 존들의 본성을 체험하도록 이끈다. 또한 금강상사는 수여할 관정의 본존과 그의 가르침, 역사, 전승(傳承)등에 대해 설명을 한다. 예비관정 의식을 간략히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1) 발심과 내관정(Nang Gi dBang): 제자들의 신구의를 정화하고 관정에 장애가 되는 것을 물리친다. 만달라 공양을 올리고 금강상사는 제자들에게 관정을 받는 바른 동기와 서원을 세울 것을 강조한다. 다음으로 금강상사는 불모(佛母, 여성 부처님)와 합일 상태에 있는 본존의 모습을 심상화 하고 제자들을 자신의 입으로 흡수하여 불모의 음부에 위치하게 한 뒤 그들에게 관정을 허락하는 것으로 내관정을 수여한다. 제자들은 불모의 음부에서 나와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왔다고 심상화 한다. 그런 다음 금강상사에게 계와 서약을 수여해 줄 것을 청한다. 금강상사는 제자들에게 일상생활에서 가르침을 실천함으로써 딴뜨라에 대한 확고한 심신을 유지할 것을 당부한다.

2) 수계와 가피: 관정을 받기 위해서 계를 지키겠다는 서약을 한다. 금강상사는 제자들에게 두 가지의 계, 보살계와 밀교계를 수여한다. 다음으로 제자들은 자신을 본존의 모습으로 심상화 한 후 본존의 종자음들을 몸의 각 짜끄라에 배치하고 금강상사는 제자 몸에 가슴, 목, 미간 순으로 금강저를 갖다 대어 가피를 내린다.

3) 치목(齒木, So Shing) 떨어뜨리기: 끝부분이 꽃으로 장식된 치목을 금강상사로부터 받아 만달라 판 위에 떨어뜨린 다음 치목이 떨어진 방향에 따라 장차 어떠한 성취를 이룰 수 있는지 판단한다.

4) 감로수 분배: 제자들은 왼손에 감로수를 받아 이것을 조금씩 세 번 나누어 마신다. 지혜로 가득 찬 물로써 자신의 악업과 번뇌가 완전히 정화되었다고 생각한다.

5) 길상초 분배: 두 가닥의 길상초를 받아 잠자리에 들 때 긴 것은 요 밑에 두고 짧은 것은 베개 밑에 둔다. 길상초는 왜곡된 개념들을 제거하고 마음을 청명하게 하여 선명한 꿈을 꾸게 한다.

6) 호신끈 분배: 빨간 실 세 가닥으로 세 개의 매듭을 지어 만든 호신끈을 받는다. 호신끈은 만뜨라로 가피된 것으로서 제자들을 장애로부터 보호하는 힘이 있다. 금강상사가 만뜨라를 암송하는 동안 이것을 한 쪽 팔 윗부분에 묶는다.

7) 취침시 유의사항 설명: 금강상사가 길상초를 이부자리에 배치하는 법, 잠자는 자세와 마음가짐 등을 설명하고 제자들에게 잠자리에 들을 때 까지 가능한 많이 본존의 만트라를 암송할 것을 당부한다. 이로써 첫 날 관정의식이 끝난다.

8) 꿈의 해석: 금강상사는 제자들에게 길하고 불길한 상징들을 예로 들어 주어 제자들이 각자의 꿈을 해몽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그리고 공성에 대한 명상과 자비심을 일으킴으로써 불길한 꿈을 극복할 수 있는 방편 등을 설명한다. 꿈의 해석은 예비수습(제자수습)에 해당하지만 다음 날 본관정 의식 때 행하여진다.

 

2. 본관정

이 의식에는 1) 만달라 밖에서의 의식, 2) 만달라에 입장하는 의식, 3) 관정수여 의식 들이 있다.

 

1) 만달라 밖 의식

1-1) 장애제거: 꿈의 해석에 이어서 금강상사는 장애를 제거하는 의식을 행한다. 그런 다음 제자들은 만달라 공양 의식을 행한다. 이 때 제자들은 만달라의 전체적인 모습과 그 안에 계신 제존들이 본존(금강상사)을[주1] 둘러싸고 있다고 생각하고 자신들은 그 만달라의 동쪽 문 앞에 서 있다고 심상화 한다. 환희로운 마음으로 합장을 하고 최상의 성취와 일반적인 성취로써 얻어지는 대락의 가피를 수여해 달라고 기원한다. 제자들은 금강상사가 암송하는 게송을 따라하면서 만달라에 들어가는 모습을 관상 하고 금강상사가 단계별로 설명 해주는 게송의 의미를 깊게 명상한다.

1-2) 존의 복장 분배: 존들을 심상화 하는 것을 돕고 자신이 존이 되었다는 마음가짐을 굳건히 하기위하여 금강상사는 대표 제자들에게 존의 복장과 보관(寶冠)을 주어 착용하도록 한다.

1-3) 미건(眉巾) 분배: 관정을 받기 전에는 아직 정신적인 성숙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만달라의 존들로부터 만달라를 볼 수 있는 자격을 부여 받지 않은 상태이다. 그러므로 금강상사는 제자들에게 붉은 띠를 눈가리개로 나누어 주고 제자들은 이 띠를 이마에 둘러 미간을 가린다. 이는 제자들이 아직 만달라를 볼 수 없음을 상징한다.

1-4) 꽃잎 분배: 만달라에 들어갈 때 존들에게 공양할 하나의 꽃잎을 나누어 준다. 제자들은 이 꽃잎을 받아 무릎 위에 놓는다.

1-5) 치목 떨어뜨리기와 감로수 분배: 예비관정의식 때 행했던 치목 떨어뜨리기와 감로수 분배를 다시 한 번 행한다. 제자들은 감로수를 세 번에 나누어 마심으로써 신구의를 정화 시킨다.

1-6) 본존을 심상화 함: 이어서 제자들은 하나의 얼굴, 두 개의 팔, 두 개의 다리를 지니고 불모를 안고 서있는 본존으로 변하였다고 심상화 한다. 다음으로 가슴, 목, 미간에 종자음 검은색 HUM, 붉은색 AH, 하얀색 OM을 각각 관상 한다. 이 종자음들로 부터 빛이 나와 몸을 가득 채우고 나아가 몸 전체가 정광명으로 변하였음을 상상 한다.

1-7) 전승과 발심을 물음: 금강상사는 제자에게 전승과 발심이 대승인지 소승인지를 묻는다. 제자들은 "우리는 대승 전승의 복이 있는 자들이며, 발심은 대락의 지혜를 성취 하고자 함입니다." 라고 답한다. 다음 본존에게 보호와 가피를 청하고, 진정한 귀의심을 내는 게송들을 읊는다.

1-8) 보살계, 밀교계 수여: 강한 보리심으로 삼보에 귀의 하고자 하는 마음을 내고, "삼보에 귀의합니다"라는 게송을 3번 암송함으로써 보살계를 받는다. 밀교계를 청하는 게송을 세 번 반복하고, 다른 게송을 세 번 반복함으로써 밀교계를 받는다.

1-9) 25 금행: 금강상사는 스물 다섯 가지의 금해야 할 행동을 말해주고 제자들은 그것을 받아 지키겠다는 4줄의 게송을 3번 읊는다. 25 금행은 오사(五捨)인 살생, 망어, 사음, 투도, 음주와 오죄(五罪), 오살(五殺), 오진(五嗔), 오집(五執)이다.

1-10) 발보리심 요가: 심상화와 만뜨라의 암송을 통해 다른 모든 중생을 이롭게 하기 위해서 반드시 깨달음을 이루겠다는 '보리심'를 일으키고, 금상상사는 제자들이 이 보리심을 계속 유지 하도록 이끈다.

1-11) 비밀을 지킬 것을 서약: 금강상사는 금강저를 제자의 머리에 대고 서약과 관정, 만달라에 들어감을 신심이 없는 자들에게 누설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제자들은 이를 서약한다.


2) 만달라에 입장 의식

2-1) 만달라에 들어감을 심상화 함: 금강상사가 만달라 동문의 금강 수호신 만뜨라를 암송하는 동안 의식 보조자는 만달라가 가려진 휘장을 걷어 올린다. 다음으로, 제자들은 미건을 착용한 채 금강상사의 오른 손에 들려있는 금강저를 왼손의 엄지와 검지를 사용해 잡고 만달라의 동문 안으로 따라 들어간다고 심상화 한다.

2-2) 만달라 돌기: 미건을 착용한 상태로 금강저를 잡고 금강상사를 따라 만달라를 시계 방향으로 세 번 돈다. 만뜨라를 암송하며 만달라를 돌며, 만달라의 동, 서, 남, 북 사방의 문 앞에서는 각 방위의 부처님께 3번 절을 하며 자신이 그 부처님으로 변하였다고 심상화 한다.

2-3) 서약의 재다짐: 금강상사가 금강저를 제자의 머리에 대고 비밀을 지킴으로써 얻는 이득에 대해 설명을 한다. 다음으로, 금강저를 머리에 댄 상태에서 비밀을 어김으로써 얻게 될 육체적 장애를 설명한다. 다음으로, 금강저를 제자의 가슴에 대고 비밀을 어김으로써 겪게 될 정신적 어려움에 대해 설명한다. 다음으로, 비밀을 지킴으로써 얻는 이득과 누설함으로써 겪는 고통에 대해 설명한 후 소라고둥에 담겨 있는 금강 서약수를 나누어 준다. 다음으로, 금강상사는 제자의 손을 잡고 금강상사를 저버리지 말아야 할 중요성에 대해 설명한다.

2-4) 지혜존의 계승: 제자들이 만달라 본존의 지혜존을 계승하기를 원하는 게송을 세 번 암송한다. 제자들은 금강상사의 설명에 따라 심오한 명상을 행하여 지혜존이 융해되어 자신의 몸으로 들어옴을 관상 한다. 다음으로, 금강상사는 꽃잎을 제자의 머리 위에 떨어뜨리고 제자들은 몸에 짜끄라와 종자음들을 관해 지혜존의 계승을 확고히 한다.

2-5) 성취의 예견: 미래의 성취를 예견하기 위하여 제자들은 미건을 잠시 벗고 만달라 위쪽의 허공을 쳐다보아 제일 먼저 무슨 색이 보이는지 관찰한다. 금강상사가 무슨 색을 보았느냐 하고 물으면 제자들은 이에 답변을 한다. 금강상사의 인도로 만달라를 시계 방향으로 세 번 돈다.

2-6) 전승(傳承)을 청함: 금강상사가 만달라의 동쪽 문에서 본존을 향하여 서서 요령을 흔들며 제자들이 각자에게 인연이 맞는 부처님께 보여지기를 청하는 게송을 암송한다.

2-7) 만달라에 입장: 전에 받은 꽃잎을 합장한 손가락 끝에 끼우고, 미건을 착용한 상태로 만달라의 휘장을 통과하여 안으로 들어간다. 꽃잎 하나를 화환으로 심상화 하여 본존께 공양한다.

2-8) 화환 관정: 합장한 손에 들고 있는 꽃잎을 만뜨라를 암송하며 만달라 위에 떨어뜨린다.[주2] 꽃잎이 떨어진 방향에 따라 전승과 어떠한 성취를 이룰 수 있는가를 판단한다. 금강상사는 그 꽃잎을 제자의 머리에 놓아주며 비밀 이름을 수여한다. 꽃으로부터 감로가 흘러 나와 제자들이 각 전승을 통해 성취할 깨달음에 장애가 되는 것들을 정화한다. 이 화환 관정은 이담과 제자사이에 깊은 인연을 맺고 깨달음을 얻을 때 까지 금강상사의 뒤을 따른다는 심오한 방편이다.

2-9) 만달라 공개: 금강상사가 본존에게 제자가 만달라를 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을 하면 제자는 금강의 눈이 열렸음을 심상화 하고 미건을 벗는다. 이것은 무지의 어둠(무명)에서 벗어남을 상징한다. 제자는 이제 만달라 전체를 명확하게 볼 수 있고, 금강상사는 만달라와 만달라 안의 제존들을 설명한다. 다음으로, 제자는 만달라와 만달라의 본존을 친견하게 된 기쁨을 게송으로 표현한다.

 

3) 관정의 수여

   다양한 종류의 딴뜨라가 있고 딴뜨라마다 가르침의 특색이 있다. 그러므로 이 가르침의 실천을 허가하는 관정수여 의식에도 딴뜨라마다 차이가 있다 하겠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펴본 대지수습, 예비수습, 근본수습의 예비관정과 본관정의 의식은 하위 딴뜨라와 상위 딴뜨라 모두에 보편적으로 공통되는 의식들이다. 그러나 본관정의 관정수여 의식에 있어서는 하위 딴뜨라와 상위 딴뜨라 사이에 많은 차이가 있으며 상위 딴뜨라에서도 딴뜨라마다 차이가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관정의식은 4종관정(보병 관정, 비밀 관정, 반야지 관정, 언어 관정)이다. 상위 딴뜨라인 아눗따라요가 딴뜨라에서는 4종관정을 모두 수여 하지만 하위 딴뜨라인 끄리야, 짜리야, 요가 딴뜨라에서는 보병 관정만 수여한다. 대표적 상위 딴뜨라인 구햐사마자, 헤바즈라, 짜끄라삼바라 등 에서의 4종관정 수여는 딴뜨라에 따라 관정의 내용이 조금씩 다르나 보병, 비밀, 지혜, 언어 관정의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4종관정은 화환관정과 만달라 공개 후 다음 순서로 진행된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상위 딴뜨라들과 깔라짜끄라 딴뜨라를 비교해 보면 상당한 차이가 있다.[주3] 깔라짜끄라에서는 화환 관정과 만달라 공개 후 7종관정이 수여되고 차후에 4종관정이 진행된다. 또한 4종관정 의식에 있어서도 다른 상위 딴뜨라의 4종관정과 내용면에서 차이점이 많이 있다. 아래 에서는 깔라짜끄라의 7종관정의 내용과 의미를 간략히 살펴보도록 하고, 4종관정에 대한 설명은 차후로 미루도록 하겠다.[주4]

 

3-1) 7종 관정

   깔라짜끄라의 7종관정이란 어린 아이가 성장해 가는 모습에 따라 제자에게 일곱 단계로 관정을 수여하는 것이며, 이를 '유아의 성장 양식을 따른 7종 정(Byis Pa lTar 'Jung Gi dBang bDun)' 이라 일컫는다. 7종관정의 물 관정과 보관 관정을 통해 부처의 금강신을, 미건 관정과 금강저, 금강령 관정을 통해 부처의 금강어를, 업 관정과 이름 관정을 통해 부처의 금강의를 성취할 수 있는 원인을 얻게 된다. 그리고 7종관정을 모두 수여 받음으로써 깔라짜끄라 딴뜨라의 생기차제를 수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게 된다. 이 의식은 제자들이 금강상사께 관정을 받기를 청하며 만달라 공양을 올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금강상사는 모든 장애 요소를 제거하고 제자들은 본존께 만뜨라 공양과 다른 공양물들을 공양한다. 다음으로 7종관정이 수여되며 7종 정은 아래와 같다.

A) 물(Chu) 관정: 금강상사가 소라고둥에 든 물을 제자들 몸의 다섯 군데에 갖다 댄 후 물을 약간 뿌려 제자들의 몸을 씻기고 물을 손에 따라주어 마시게 함으로 관정을 수여한다. 이는 아이가 태어나면 바로 물로 목욕을 시키듯 금강상사는 먼저 물 관정을 수여하여 제자들 몸의 5대를 정화하는 것이다. 물 관정은 5대의 부정함을 정화하고 의식의 흐름에 깨달음의 종자를 심어 다섯 불모(여성 부처님)들을 인식하게 하고 그들께 의지하여 얻어지는 깨달음을 실현하도록 한다. 이로써 보살의 1지를 이룰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된다.

B) 보관(寶冠, Cod Pan) 관정: 보관을 제자들 몸의 다섯 군데에 갖다 댄 후 머리에 씌워 주어 관정을 수여한다. 마무리로 물 관정을 다시 한 번 수여 한다. 이는 어린 아이의 머리카락을 묶어 올려 주는 것과 유사하다. 보관 관정은 깨달음을 이루었을 때 타래 지어져 층층이 올려진 부처님의 머리카락을 성취하는 원인을 심는다. 또한 보관관정을 통해 제자들 몸의 5온을 정화하고 의식의 흐름에 깨달음의 종자를 심어 다섯 부처님들을 인식하게 하고 그들께 의지하여 얻어지는 깨달음을 성취하도록 한다. 이로써 금강신(金剛身)을 성취할 수 있는 원인을 심고, 보살의 2지를 이룰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된다.

C) 미건(眉巾, Dar dPyangs) 관정: 미건을 제자들의 몸 다섯 군데에 대고 나서 그것을 양 쪽 귀에 헐렁하게 걸쳐 미간을 가려 관정을 수여한다. 마무리로 물 관정을 수여 한다. 이것은 아이의 귀를 뚫어 장식물을 달아 주는 것과 유사하다. 미건 관정을 통해 열 가지의 기(氣)가 정화되고 의식의 흐름에 깨달음의 종자를 심어 열 분의 불모들을 인식하게 하고 그들께 의지하여 얻어지는 깨달음을 실현하도록 한다. 이로써 십바라밀과 보살의 3지를 이룰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된다.

D) 금강저와 금강령(rDo rJe Dril Bu) 관정: 금강저와 금강령을 제자들 몸의 다섯 군데에 갖다 댄 뒤 제자들에게 주어 손을 교차한 채 들게 하여 관정을 수여한다. 마무리로 물 관정을 수여 한다. 이것은 아이를 웃게 하고 처음으로 말을 가르쳐 주는 것과 유사하다. 금강저와 금강령관정을 통해 제자들 몸의 좌우 기맥을 따라 흐르는 부정한 기운을 중앙 기맥에 흘러들게 하여 용해되게 만든다. 또한 의식의 흐름에 깨달음의 종자를 심어 지복(至福)을 얻게 하고, 제자들의 말(口)을 정화하여 부처님의 말인 금강어(金剛語)를 성취할 있는 원인을 심는다. 이로써 제자들은 깔라짜끄라와 비쉬바마따를 의지하여 얻어지는 깨달음을 이루게 되고, 보살의 4지를 이룰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된다.

E) 금강계금(金剛戒禁, rDo rJe brTul Zhugs) 관정: 금강반지를 제자들 몸의 다섯 군데에 갖다 댄 뒤 오른 쪽 엄지 손가락에 끼워 주는 것으로 관정을 수여한다. 마무리로 물 관정을 수여 한다. 이것은 아이에게 가지고 놀 만한 감각 대상물을 처음으로 주는 것과 유사하다. 업 관정을 통해 6근과 6경의 부정함을 정화하고, 여섯 부처님과 여섯 불모를 인식하고 그들께 의지하여 얻어지는 깨달음을 실현하도록 한다. 이로써 보살의 5지를 이룰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된다.

F) 이름(Ming) 관정: 팔찌를 제자들 몸의 다섯 군데에 갖다 댄 뒤 한 쪽 팔에 끼워 주고, 만달라에 꽃잎을 떨어뜨려 결정된 부처님의 계승과 관련된 이름을 줌으로써 관정을 수여한다. 마무리로 물 관정을 수여 한다. 이것은 의례를 통해 아이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것과 유사하다. 이름 관정을 통해 제자들 몸의 여섯 행동기관과 그에 따른 행위를 정화한다. 또한 네 가지 헤아릴 수 없는 마음가짐으로(四無量心)써 네 가지 마라(魔,)를 제압하는 능력을 부여하고, 의식의 흐름에 깨달음의 종자를 심어 여섯 남성 분노존과, 여섯 여성 분노존들을 인식하고 그들께 의지하여 얻어지는 깨달음을 성취하도록 한다. 이로써 금강의(金剛意)를 성취할 수 있는 원인을 심고, 보살의 6지를 이룰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된다.

G)허가(rJes gNang) 관정과 부속 관정: 이는 아래와 같이 재분류된다.

G-1) 허가 관정: 다섯 가지의 상징물(금강저, 보석, 검, 연꽃, 법륜)을 각각 제자들 몸의 다섯 군데에 갖다 댄 뒤 제자들에게 주어 들게 함으로써 관정을 수여한다. 다음으로, 법륜을 제자들의 앞에 놓아주고, 깔라짜끄라 경전을 무릎에, 소라고둥을 오른 손에, 금강령을 왼 손에 들게한다. 마무리로 물 관정을 수여 한다. 이 관정은 부모들이 어린 아이를 가르치는 것과 유사하고, 제자들이 다른 중생들에게 그들의 근기와 관심사에 맞게 소작 딴뜨라와 행 딴뜨라의 가르침을 설하는 것을 허가하는 것이다. 7종 관정을 수여 받음으로써 제자들은 깔라짜끄라의 생기차제를 수행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 되고, 보살의 7지를 이룰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된다.

G-2) 부속 관정: 이 관정은 2종으로 나누어진다. 네 가지 부수적인 것, 즉 만뜨라, 안약, 거울, 활과 화살을 수여하는 것과, 주된 부속 관정인 상사(스승)관정을 수여 하는 것이다.

a) 만뜨라 수여: 제자들이 위업을 이룰 수 있는 바탕을 정화하고, 장애를 제거할 수 있도록 최상의 만뜨라 사용을 허가한다.

b) 안약 수여: 눈에 약을 발라주어 공성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인한 제자들의 무명을 제거하고, 공성에 대한 개념적 이해를 이룰 수 있는 눈을 뜨게 한다.

c) 거울 수여: 거울을 제자들게 보여주어 깔라짜끄라를 포함한 모든 것, 그리고 정광명의 마음 또한 거울의 반사상과 같이 환영임을 깨닫게 만든다.

d) 활과 화살 수여: 모든 장애를 꿰뚫는 것을 상징하는 활과 화살을 수여한다. 이것은 위, 아래, 사방 어디에서든 일어나는 장애를 간파하여 명상에 들었을 때 공성을 직관하는 것을 도와 수월하게 깨달음을 성취하게 한다.

e) 금강상사 관정: 부속 관정의 핵심으로 이 관정을 통해 지복과 공성이 하나인 지혜를 인식하는 마음이 금강살타의 모습으로서 나타난다. 제자들은 오른 손에 대락과 방편을 상징하는 금강저를, 왼 손에 공성을 깨닫는 지혜를 상징하는 금강령을 든다. 자신들의 모습을 대락과 공성(방편과 지혜)의 합일로 표현되는 금강살타의 모습으로 심상화 한다. 그런 뒤, 자신이 대원만(mahamudra)인 금강살타가 되었다는 자부심을 지니며 금강저, 금강령, 그리고 대원만이 상징하는 의미를 생각하며 두 손을 가슴 앞에 포갠다.

  다음으로 금강상사는 깔라짜끄라에 해당하는 여섯 전승을 실천하는 데에 있어, 세속적인 차원과 초월적 차원의 두 의미와 7종 관정의 의미 등을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금강상사는 깔라짜끄라의 14종 근본타죄를 설하고, 제자들은 금강상사가 말씀하신 바대로 수행할 것이라고 세 번 반복하고 환희의 게송을 읊으며 만달라에 감사의 공양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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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 관정을 수여 받을 때는 관정을 수여해 주는 금강상사를 항상 본존과 다름이 없는 하나의 객체로 여겨야 한다. 이는 금강상사가 일반 스승으로서가 아니라 본존의 모습으로 화한 뒤에 제자들에게 관정을 수여하기 때문이다. 깔라딴뜨라 관정의 경우에는 금강상사를 깔라짜끄라 본존 이라 심상화 하고, 관세음보살 관정일 때는 금강상사를 관세음보살 본존으로 심상화 한다.

[주2] 관정의 종류에 따라 천에 그려진 만달라, 색 모래로 만들어진 만달라, 명상에 의해 만들어진 만달라, 몸의 내부 만달라, 보리심 만달라 등 사용되는 만달라가 다르다. 깔라짜끄라에서는 색 모래로 만들어진 만달라를 사용하기 때문에, 꽃잎을 모래 만달라 위에 떨어뜨려 섬세한 만달라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이 때 에는 탕카로 그려 보병 위에 놓은 만달라를 사용한다.

[주3] 상위 딴뜨라는 1) 방편부 딴뜨라, 2) 반야모 딴뜨라, 학자에 따라 3) 불이 딴뜨라로 나누어 진다. 깔라짜끄라는 반야모 딴뜨라로 또는 불이 딴뜨라에 속한다.

[주4] 4종 관정에 대한 설명은 '밀교의 역사와 문화(김 무생 역, 민족사)'의 티벳밀교 의례의 신비성(pp. 109-114)과, 월간 『붓다』 2002년 3월호 (통권 제 169호)와 http://ashram.co.kr 의 티벳자료 게시판에 실린 허 일범 선생님의 글 티벳의 관정(灌頂)의식을 참고 하기 바란다.

* 참고문헌

- Berzin, Alexander. Taking the Kalachakra Initiation. New York: Snow Lion Publications, 1997.

- Bryant, Barry. The Wheel of Time Sand Mndala: Visual Scripture of Tibetan Buddhism. New York: HarperSanFrancisco, 1992. pp. 133-167.

- Geshe Ngawang Dhargyey. Kalacakra Tantra. Dharamsala: LTWA, 1994. pp. 6-12

- Geshe Lhundub Sopa. The Wheel of Time: The Kalachakra in Context. New York: Snow Lion publication, 1985. pp.91-117.

- Hopkins, Jeffery. The Kalachakra Tantra: Rite of Initiation for the Stage of Generation. London: Wisdom Publication, 1985.

- NamGyal Monastery, Kalachakra Initiation. Roma: Tibetan Domani Italy, 1994.

- Panchen Sonam Dragpa. Overview of Buddhist Tantra: General Presentation of the Classe of Tantra, Captivating the Mind of the Fortunate Ones. Dharamsala: LTWA, 1996. pp. 29-31, pp. 6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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